"여기서 뭐해요."



찬 바람이 훌쩍 불어온다. 누이는 옷깃을 단단히 감싸고 팔짱을 꼈다. 쥰은 춥지도 않은지 겉옷 없이 셔츠만 입고도 멀쩡하다. 곧 봄이라고는 해도 밤바람은 여전히 겨울의 것이었다. 볼이 따가울 정도의 매서움을 가졌다.



"감기 걸려요."
"추우면 들어가 있어."
"싫어. ...안은 시끄러워요."



누이는 자신이 방금 열고 나왔던 문을 눈짓했다. 멀게 들리는데도 그 시끌벅적함이 느껴진다. 동창회라기엔 졸업한 지 이 주만에 하는 모임인데다가, 건너 건너 아는 사람 다 불러낸 자리라 나이 학년 졸업년도 상관 없이 섞여 모여서 복잡했다. 누이나 쥰이나 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하도 이쪽저쪽에서 성화가 심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왔다. 쥰은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자리를 나섰고, 간간이 대화에 끼던 누이도 곧장 따라 나왔다. 소음이 배경음처럼 남아있긴 해도, 밖은 안보다 훨씬 조용했다.



"이리 와."



한 발짝 떨어져 있던 누이를 쥰이 불렀다. 누이는 얌전히 그 옆에 섰다. 그러자 쥰이 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닿는 손이 조금 찼다. 쥰은 바지주머니를 뒤적여 담배갑을 꺼내 한 개비 입에 물었다. 그리곤 또 뭔가를 찾는 듯 다시 주머니를 뒤적인다.



"불 없어요?"
"...그런 모양인데."



찌푸려지는 미간을 가만히 보고 있던 누이는 입고 있던 코트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그리곤 쥰이 문 담배에 불을 대주었다. 놀란 듯 누이를 빤히 보던 쥰이 이내 불붙은 담배를 한 번 빨았다. 입김보다 짙은 연기가 부드럽게 퍼졌다. 라이터를 다시 집어넣는 누이에게 그가 물었다.



"너, 그런 건 어디서 났어."
"그냥, 어쩌다보니. 왜요."
"어쭈. 이제 성인 됐다고 그런 것도 가지고 다니냐."
"쥰은 고등학생 때부터 담배 피웠으면서 뭘."



누이는 새침하게 대답하며 입을 꼭 물었다 한 번 뻐끔거렸다. 입김이 아주 잠깐 보였다가 사라진다.



"이럴 때 생길까봐 챙겼어요."
"뭐, 나 불 없을 때?"
"응."



별 걱정을 다 한다 싶은 시선으로 누이를 보던 쥰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다시 물고 누이를 쓰다듬었다. 이번엔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그래도 누이는 말리지 않았다. 그저 발끝만 땅에서 떼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든다.



"그러니까, 나 혼자 두고 나가지 마요."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투를 하고 얼굴만 또 새침하다.



"불 붙여주게."
"...참나."



결국은 웃음이 샌다. 누이도 배시시 웃는다.
쥰은 그 자리에 서서 누이가 불 붙여준 담배를 오래 피웠다. 누이도 그 옆에 서서 쥰을 기다렸다. 찬바람 사이로 날리는 담배 연기가 따뜻했다.

'壹原 縫'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en the murderer meets the Witness  (0) 2015.12.06
2324  (0) 2015.12.06
숙취  (0) 2015.12.06
우유에 빠진 딸기  (0) 2015.12.06
파핑파핑 바나나  (0) 2015.12.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