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왜?"

 그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반문했다. 궁금하다기 보단, 이해하지 못했다는 어조였다. 얼굴에는 여전히 스치는 표정조차 없다. 바람이 훑고 간 듯한 눈빛. 어디선가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착각이 들었다. 뺨이 따가웠다.
 대답 대신 누이는 제 입 속에서 씹히고 있던 것을 손바닥에 뱉어 내밀었다.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표현에 원래 모양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참히 어그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지 너무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파란색 수국 한 송이. 꽃이 빠져나간 입안은 언제나 그랬듯이 수국 향기와 위액 냄새가 섞여 역했다.

 "당신을 처음 본 날부터 토해댔거든. 이 꽃을."

 손에서 팔랑팔랑 떨어져 내린 꽃을 자근자근 밟으며 누이가 말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꽃이, 꽃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졌다. 꽃물인지 침인지 모를 자국이 땅에 희미하게 퍼져 나갔다. 누이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다시 그의 얼굴을 보면, 모래바람이 아니라 모래폭풍이 몰아칠 것 같았다.
 누이는 더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할 말이 더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지, 많아서 문제였다. 여태까지 뱉어낸 꽃의 수만큼, 아니 그 꽃의 꽃잎 수를 다 합친 만큼. 누이는 방바닥을 온통 뒤덮은 시퍼런 꽃잎들을 떠올렸다. 물빛 벽지가 녹아내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꽃밭보다는 차라리 심해라는 단어가 어울리던 광경. 보랏빛이 간간히 섞여 물웅덩이같은 그 속에서 헤엄치듯 누워 꾸역꾸역 수국을 토해내던 자신을 떠올렸다.

 수국의 꽃말이 뭔지 알아? 변덕, 냉정, 무정. 이상하지? 나는 분명히 당신을 좋아해서 그렇게 한가득 토해낸 꽃인데. 나는 그동안 내 변덕과 냉정과 무정을 토하면서 당신을 그렸어. 내 발치에 만발한 꽃잎들이 서슬 퍼렇게 날 비웃는 것 같았지. 그 속에서 한참이나 허우적거리면서도, 그 망할 꽃을 토해내는 걸 멈추질 못해서 그냥 그 속에서 익사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어. 하지만 그 맑은 물빛도 결국엔 물이 아니었던 탓에 날 빠져죽게 하진 못했지. 애석하게도. 그래서 난 그냥 고백해버리기로 한 거야.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이 푸른 빛의 꽃들을 하나하나 다발로 엮어서 건네주진 못하더라도.

 아, 이건 고백이라기보단 자백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겠군.

 어디서부터 잘못됐건지 나도 몰라, 흔한 클리셰지. 하지만 클리셰가 괜히 클리셰겠어? 아무도 없는, 우연히 지나가는, 눈이 잠시 마주치는, 익숙하던 음악이 새롭게 들려오는, 어디 하나 특별한 것 없는 장면이야. 오히려 처음이 너무 특별해서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면, 지금 내가 이렇게 가책받고 있었을까? 그 진부한 순간부터 피어난 꽃을 토하느라 잠도 못 자고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까? 난 잘 모르겠어. 내가 왜 거기서 당신에게 반한 건지 알 수 없듯이.
 이 기가 막힌 상황에서 한 가지 다행인게 있다면, 내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그날 그 기억을 붙들고 있기를 포기했다는 점이야. 나는 이제 알 수 없는 것들을 모조리 포기해버리기로 했어. 왜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떠올리며 꽃을 토한다고 사람들에게 거짓말했는지, 왜 그 고백은 받아줬는지, 받아주자마자 당신을 만났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반해버렸는지. 거기에 또 하나, 이 꽃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도망칠 수 있을지.
 어차피 나한테 남은 거라곤 지금도 꾸역꾸역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이 수국 뿐이거든. 얼굴이 너무 붉어질 것 같아 차마 생각으로도 떠올리지 못하는 그 감정의 증거 말이야. 우습지? 비웃어도 상관 없어. 아니, 오히려 그쪽이 내 마음이 편해질지도 몰라. 비웃음엔 익숙하거든. 그 꽃잎들이 날 너무 괴롭혔어. 지금 모래바람처럼 따갑게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보다 훨씬 더 괴로웠어. 당신이 받아주길 바라는 게 아니야. 그냥, 내 속에서 만발해오는 이 푸른색을 좀, 알아달라고. 내가 당신 때문에 이것들을 토해내고 있단 걸 좀 알아달라고.

 그러니까, 이 길고 긴 말들을 다 거쳐서 내가 지금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잖아, 아, 잠시만…….

 누이는 잠시 기침을 하며 제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목구멍에서 지겨운 향과 함께 부드러운 덩어리가 부대꼈다. 기침은 이내 토기로 바뀌었다. 손바닥에 축축한 꽃잎 뭉치가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입가가 축축했다. 꽃은 손으로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누이는 문득 제가 울기 시작한 걸 깨달았다. 울음기와 목구멍을 틀어막다시피 한 꽃잎 때문에 말하기가 힘겨웠다.

 "이거…… 안 멈춰요."

 홀로 뭉그러진 꽃잎 자국 위로 싱싱한 꽃들이 나풀나풀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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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누이는 물색 프리지아와 연분홍색 장미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무난하게 장미가 좋으려나. 그런데 프리지아 색이 너무 마음에 들어…… 옆에 직원이 미소지은 채로 서서 기다려주는데 그게 신경쓰여서 오히려 결정하기 더 어려웠다. 한참을 쪼그려 앉아 고민하자니 다리도 저렸다. 아예 다른 선택지로 갈까. 좀처럼 답이 안 나와 괜히 뒤돌아 꽃집 안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타이밍 좋게 유리문에 달린 작은 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어, 고미노모토."
 "아, 누이 양."


 누이는 손을 슬슬 흔들며 방금 들어온 고미노모토에게 다가갔다. 예의 단정한 미소를 지으며 고미노모토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얀 블라우스에 짙은 남색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모습에서 나이답지 않은 우아한 분위기가 났다.


 "좋은 오후에요."
 "응. 꽃 사러 왔어?"
 "네. 오늘 아즈사 군이 연주회가 있어서. 보러 가려고요."


 타카하타의 이름을 말하는 고미노모토의 얼굴이 꽃봉오리 같았다.


 "나돈데. 타카하타가 아니라 쥰 보러 가는 거지만."


 타카하타도 나온다고 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오늘 동네에서 있는 연주회라곤 딱 하나밖에 없었다. 꽃, 고르셨어요? 고미노모토가 누이 뒤의 진열장을 힐끗 넘겨다보며 물었다. 안그래도 한참 못 고르고 있는 참이었는데 잘 됐다. 누이는 고미노모토의 손을 이끌고 다시 진열장 앞에 섰다. 흰 조명에 방금 뿌린 물기를 머금은 꽃들이 싱싱하게 빛났다.


 "고민 중이었어. 프리지아랑, 장미랑..."


 심각한 표정으로 두 종류의 꽃을 가리키니 고미노모토의 얼굴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꽃말이라든가, 그런 걸 알면 고르기 쉬울 줄 알았더니 고미노모토가 말해준 꽃말은 둘 다 딱히 연주회나 축하의 뜻과는 딱히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다시 고민에 빠진 누이에게 문득 고미노모토가 말을 건넸다.


 "그렇게 못 고르겠으면, 그냥 둘을 섞어서 꽃다발을 만드는 게…?"


 어라.


 "…맞아. 그러면 되는 거네."


 누이는 10분 동안 진지하게 고민한 자신이 왠지 바보처럼 느껴졌다. 둘이 색도 잘 어울릴 것 같고요. 고미노모토가 덧붙였다. 그것도 그렇네. 조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누이가 동의했다. 옆에서 대화를 다 듣고 있던 직원이 냉큼 장미와 프리지아를 반 다발씩 꺼내 카운터로 가져갔다. 시원한 기운이 꽃과 함께 스쳐지났다. 고미노모토는 누이와 달리 금방 꽃을 골랐다. 수선화와 백합. 희고 맑은 꽃잎들이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예쁘다."


 먼저 완성된 꽃다발을 받아드니 기분이 좋아진 누이가 웃었다. 물빛의 프리지아가 큼직큼직한 연분홍색의 덜 핀 장미 사이로 드문드문 풍성함을 더하고 있었다. 섞이니까 색이 더 예쁘네. 보드랍고 촉촉한 꽃잎 사이에서 향기가 배어나왔다. 누이는 잠시 꽃다발에 얼굴을 묻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합쳐지면 더 예쁜 것 같아요."


 색감이 화려한 누이의 꽃다발과는 다르게 정갈하고 우아한 꽃다발을 든 고미노모토가 환히 웃었다. 꽃이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네. 누이는 문득 진심이 담긴 말을 던졌다. 아니라고 대답하는 고미노모토의 얼굴에 부끄러운 표정이 스쳤다.


 "진짠데. 칭찬이야."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 누이는 난처한 듯 웃는 고미노모토를 누그러뜨리려고 반쯤은 장난스러운 투로 말했다.
 계산한 후 꽃집을 나서니 하늘과 프리지아의 색이 같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시내가 소란스럽게 붐볐다. 그 사이에서 꽃다발을 끌어안고 걸으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품 안에서 계속 팔랑거리는 향기가 느껴졌다. 고미노모토와 소소하게 이야기하며 학생회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꽃, 좋아하려나.


*


 연주회가 열리는 지역 학생회관 로비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규모가 생각보다 커 보였다. 피아노 치니까 보러 오라고만 했지 이렇게 큰 행사라고는 얘기 안 했는데. 단체로 온 듯한 교복 입은 중학생들부터 근처 학교들의 음악 담당 선생들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꽃다발을 든 사람들도 누이와 고미노모토를 포함해 여럿이었다. 둘은 출연자 대기실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로비 한복판을 마냥 돌아다녔다.


 "어, 유라라."
 "아즈사 군!"


 그때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저편에서 타카하타가 걸어왔다. 고미노모토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누이도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이치하라도 왔네. 누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둘 사이에서 약간 떨어져주었다. 둘은 온 얼굴에 미소를 띠곤 잠시 대화했다.


 "그런데 곧 있으면 시작이라 가봐야 할 것..."
 "아즈사, 여기 있었어?"


 로비 중앙 기둥에 걸린 시계를 보며 말하는 타카하타 뒤에서 갑자기 여자 한 명이 튀어나왔다.


 "좀 있으면 시작이야. …그런데 이 아가씨는?"
 "아, 누나. 이쪽은……"
 "네가 유라라니?!"
 "어, 정말?"
 "진짜?!"


 타카하타의 누나로 보이는 여자가 세 명이나 나타났다. 남동생과 닮은 누나들은 타카하타를 밀치고 나서더니 밝게 재잘거리며 고미노모토에게 다가섰다. 누이는 약간 더 물러서 주었다.


 "진짜 예쁘다!"
 "피부관리는 어떻게 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 거는 대화라곤 믿기 힘들 만큼 친화력 있는 말이었다. 갑자기 타카하타의 누나들에게 둘러싸인 고미노모토는 잠시 당황한 듯 싶더니 이윽고 수줍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으음, 난 이쯤에서 빠져주는 게 좋겠는걸. 누이는 정신없어 보이는 고미노모토 대신 타카하타에게만 다시 손을 흔들어주고 다시 대기실을 찾아 나섰다.


 "차라리 전화를 할까."


 이제 시작까지는 20분 남짓 남아있었다. 사람들은 슬슬 입장을 시작했는지 로비가 느리게 비어가고 있었다. 애초에 쥰은 대기실에서 나와 돌아다닐 성격도 아니니 전화하는 게 낫겠다 싶어 누이는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신호는 꽤 오래 갔다.


 -어.
 "나 왔는데. 대기실에 있어요?"
 -어.
 "시작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보러 가요?"
 -어.


 어 말고 다른 대답은 없냐고 톡 쏘아붙이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대기실이 어느 쪽인지 모르겠는데. 아까 타카하타한테 물어볼걸."
 -만났어?
 "응. 근데 고미노모토랑 같이 있으라고 두고 왔어요. 대기실 어딘데요?"
 -맨 끝에.


 느릿느릿 대답하는 건 전화 상이나 얼굴 보고 하는 대화나 다를 게 없었다. 그렇게 알려주면 내가 어떻게 알아요. 볼멘소리를 하니 한 마디 더 해 준다.


 -왼쪽.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잠깐 나와 있어요."
 -어.
 "어 말고."
 -……응.
 "한 글자 말고."
 -얼른 와.


 수화기 너머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전화를 끊고 누이는 서둘러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회관 왼쪽에 있던 터라 금방 끝쪽에 다다랐다. 코너를 도니 아까 봤던 타카하타처럼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선 쥰이 보였다. 따지고 보면 교복이랑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느낌인데 왠지 달리 보였다. 누이는 괜히 제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좀 있으면 시작이네. 점심은 먹었어요?"
 "아니."
 "왜 안 먹었어. 배 안 고파요?"
 "별로. …그건 뭐야?"


 쥰이 품 안의 꽃다발에 눈짓하며 물었다. 누이는 웃으며 꽃다발을 들어 보였다.


 "선물. 지금 말고 이따 끝나면 줄게요."
 "아니, 뭐."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떼다가 만 쥰의 뒤로 스태프처럼 보이는 사람이 출연자들을 불렀다. 머리 위로 관객에게 입장하라는 안내 방송도 들렸다.


 "진짜 시작하려나 보네. 잘 해요."
 "어. 너도 입장해."
 "응. 이따가 봐요. 기대할게."


 몇 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워 누이는 돌아서는 쥰에게 할까 말까 고민하던 말을 건넸다.


 "정장 잘 어울려. 멋있어요."


 와, 이거 되게…… 입으로 뱉으려니 생각보다 부끄럽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열이 훅 올랐다. 쥰은 고개를 돌리더니 씩 웃었다.


 "말은 네가 해놓고 왜 네가 빨개져."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그래. 고맙다."


 말을 우물거리는 누이 머리 위에 쥰이 손을 얹었다. 쓰다듬는 건지 헝클어뜨리는 건지 애매한 손길을 끝으로 그는 대기실로 돌아갔다. 괜히 말했나. 여전히 그 자리에 선 누이는 뜨거워진 얼굴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


 중간 정도 되는 줄에 앉은 누이는 생각보다 무대가 멀리 보여 더 앞자리로 갈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대신 입장할 때 받은 팜플렛을 펼쳐보았다. 순서가 제법 많았다. 1부와 2부로 나눠진 데다가 쥰은 2부 중간 순서였다. 타카하타는 1부 마지막이었다. 찬찬히 공연 순서를 짚어내려가는데 눈에 띄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마지막 순서였다.


 -Libertango, 피아노와 첼로 2중주.
 피아노 : 마키하라 쥰 첼로 : 타카하타 아즈사


 리베르탱고라면 누이가 한때 자주 들었던, 좋아하는 곡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보려고 멜로디를 떠올려보는데 공연장 안의 불이 완전히 꺼지더니 무대에 조명이 켜졌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가요에 국한된 이야기라, 이런 연주회에 관객으로 온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첫 번째 연주자가 올라오기 전, 조명 아래 덩그러니 놓인 깊게 빛나는 검은색 그랜드피아노는 누이에겐 생경했다. 그래도 쥰이 음악실에서 연주하는 걸 평소에 열심히 구경했는데 무대와 다수의 관객이 주는 느낌은 누이에게도 여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누이는 발목을 모으고 허리를 꼿꼿이 폈다. 자신은 관객인데 왜 괜히 뻣뻣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숙연한 기분마저 들었다. 곧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연주곡들은 아는 곡 반, 모르는 곡 반이었다. 서정적인 곡이 대부분이었는데 음향이 상당히 좋아 악기의 울림이 깊게 들렸다. 누이는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감상했다. 명확한 표현은 어려웠지만 연주자마다 다른 김이 서린 음색이 있었다. 생소한 감각이었다.

 1부 끝물에는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들이 올라오느라 진행이 느려졌다. 그러다 중후한 몸체의 첼로가 올라오는 걸 보고 마지막 순서란 걸 알 수 있었다. 정장을 갖춰입은 타카하타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러고보니 연주하는 걸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은데. 누이는 앞에 느꼈던 것의 몇 배는 새삼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타카하타의 연주에선 묵직한 듯 부드러운 음색이 났다. 그러고보니 고미노모토도 이걸 보고 있겠네... 누이는 저도 모르게 자기 아래쪽 객석을 시선으로만 빙 둘러보았다. 고미노모토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까 봤던 꽃봉오리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타카하타의 연주가 끝났을 때, 누이는 진심으로 박수쳐 주었다. 첼로 활을 내리는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인터미션을 안내하는 방송과 함께 객석의 불이 다시 밝았다.

 인터미션 사이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와봤더니 줄이 꽤 길었다. 굳이 가고 싶었던 건 아니라서 가볍게 손만 씻고 일찌감치 다시 좌석에 앉는데 핸드폰에 진동이 왔다.


 [보고 있냐.]


 느릿한 어조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당연하죠. 잘 보고 있는데.]
 [그래?]


 그러더니 다른 말이 없었다. 누이는 잠시 기다리다 먼저 몇 글자 보냈다.


 [잘 해요. 나 보고 있으니까.]
 [너야말로 잘 봐. 졸지 말고.]


 안 졸아요. 답을 하려는데 인터미션이 끝나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누이는 얼른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2부는 1부에 비해 격정적인 곡들이 편성되어 있었다. 누이의 취향에는 이쪽이 좀 더 맞았다. 하지만 1부 때보다 편하고 꽤 흥미롭게 감상하다가도 쥰의 순서가 다가올수록 공연 시작할 때처럼 긴장되는 게 느껴졌다. 내가 긴장을 왜 하지. 쥰 직전의 연주에서는 곡에 제대로 집중이 안 될 정도였다. 누이는 괜시리 꽃다발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종국에는 멜로디를 알아듣지도 못했다. 사회자가 올라와 쥰의 이름을 불렀다. 남이 부르는 이름만 들어도 얼굴에 피가 몰릴 것 같았다. 쥰이 무대에 올라오기까지의 공백은 다른 때보다 몇 배는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느긋하게 무대에 올라오는 쥰을 핀 조명이 천천히 비춰 주었다.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넥타이 없이 셔츠에 검은 정장 재킷만 입은 지극히 그다운 모습이었다. 누이는 다시 얼굴을 꾹꾹 손으로 눌러야 했다.

 익숙한 듯 부드럽게 피아노 의자에 앉은 쥰은 가늠하듯 손가락을 건반 위에 올려놓더니 금방 연주를 시작했다. 누이도 음악실에서 몇 번 들었던 곡이었다. 페달을 밟느라 조금 흔들리는 몸과 춤추듯 움직이는 손가락을 제외하면 쥰은 놀라울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다. 음악실에서 연주할 때와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감 있는 좌석에서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쥰은 보고 있는 관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의연한 표정이었다. 곡은 점점 격정적으로 치달아 가는데도 연주하는 손은 담담했다. 그 불균형에 가까운 분위기는 여태 나왔던 다른 연주자들과 상극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누이는 눈도 잘 깜빡이지 않고 무대 위의 쥰에게 집중했다. 가까이 있을 땐 몰랐는데, 관객의 입장으로 보니 그는 유난히 눈에 띄는 연주자였다. 그의 손도 매일 잡는 손인데, 저렇게 조명 아래 건반 위에 있으니 달라 보였다.  온전히 피아노에만 온 신경을 쏟아붓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나보다 좋은 사람이 맞아.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 연인에게 곧 답례로 안겨줄 꽃다발의 향기가 박수 대신 퍼졌다.


*


 2부의 후반부는 연주자들의 합동 공연 위주였다. 가요를 편곡한 메들리나 합창 등 가볍게 마무리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긴장이 완전히 풀린 누이는 즐거워져서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치며 박자를 맞추었다. 다른 관객들도 이따금 가볍게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쳐주는 등 전체적으로 경쾌했다.

 그리고 쥰과 타카하타의 리베르탱고는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로 적격이었다.

 둘은 함께 무대로 올라와 각자의 위치에 앉았다. 쥰은 앉자마자 재킷 단추를 풀고 건반을 손으로 가볍게 훑었다. 눈짓 따위의 간단한 사인도 없이 쥰이 먼저 연주를 시작했고, 타카하타도 여유로이 활을 들어 잠시 기다리다 이내 제 선율을 만들어냈다.
 언제 같이 연습했지. 점심 시간에 어딜 그렇게 가나 했더니 이거 연습했구나…… 쥰이 독주를 하거나 합창부의 반주를 하는 건 봤어도 다른 악기와 합주를 하는 건 처음 봤다. 아까보다 훨씬 빠른 쥰의 손을 누이는 넋놓고 바라보았다. 익숙한 곡이 새롭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가뿐하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여도, 꽤 무게감있는 음색이었다. 속에서 감탄이 절로 터졌다. 연주가 끝나 박수를 칠 적엔, 누이는 두 사람의 연인이나 친구가 아닌 한 관객이 되어 있었다.


*


 "수고했어요!"


 공연이 끝나자마자 누이는 곧장 대기실로 갔다. 출연자들의 가족이나 지인들, 회장을 정리하는 스태프들로 대기실은 난장판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소란했다. 쥰은 냉큼 달려온 누이를 보곤 구석 의자에 대충 던져 놓았던 가방을 들고는 척척 걸어나왔다.


 "일단 좀 나가고."


 그리고는 냅다 누이 손을 잡고 대기실 밖으로 이끌었다. 로비 역시 퇴장하는 관객들로 바글거렸다. 쥰은 거침없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는 회관 밖으로 나섰다. 곧 해가 지려는 듯 프리지아 색 하늘에 노란 빛이 드리우고 있었다. 사람들이 좀 덜해지자 쥰은 그제야 누이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고미노모토랑 타카하타한테 인사 못 했는데."
 "학교에서 해."


 간단하고 명쾌한 대답. 쥰은 더운 듯 풀어헤쳤던 재킷을 벗어 팔에 걸쳤다.


 "잘 봤어요. 진짜 멋있었어."


 이번엔 얼굴 붉어지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매일 옆에서 봤잖아."
 "그래서 똑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누이는 제 손목을 아직도 붙들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으로 방금 전까지 그런 연주를 했구나.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쥰은 별다른 것 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무대 위든 아래든 같은 사람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누이는 그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걷다 불쑥 꽃다발을 내밀었다.


 "공연 축하 선물. 이제 줄게요."


 그러자 쥰이 시선을 돌리더니 누이의 얼굴과 꽃다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 해, 안 받고. 내가 엄청 오래 고른 거예요."
 "네가 들고 있어."
 "어?"


 예상 외의 반응에 당황한 누이가 걸음을 멈추자 쥰도 덩달아 멈췄다. 아직 싱싱하고 예쁜데. 괜히 향을 한 번 더 맡느라 꽃에 얼굴을 묻는데 왠지 꽃잎이 전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꽃 안 좋아해요? 프리지아 별로야?"
 "아니, 예쁜데."


 쥰은 누이가 당황하든 말든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와 반대로 누이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선물인데."
 "그러니까 네가 들어."


 다시 내밀어봤지만 쥰은 이번엔 아예 꽃다발을 든 손을 잡고 누이에게 도로 밀었다. 얄미울 정도로 흔들림없이 담담한 눈빛을 보니 아무래도 들고 가는 걸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하긴 저 재킷이랑 가방까지 들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려곤 해도 누이는 꽤 섭섭해졌다. 진짜 안 좋아할 줄이야. 입술이 저도 모르게 삐죽 튀어나왔다.


 "알았어요. 내가 들게."
 "응."


 왠지 만족스럽게 들리는 어조였다. 누이가 더 삐죽거리기도 전에 쥰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손은 안 놓았다. 누이는 톡 쏘고 싶은 기분이 돼서는 자기보다 마디 하나 더 큰 손을 잠시 쏘아보다 말았다. 손이 무슨 잘못이야. 그냥 다음에는 끝나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발짝 늦게 따라오는 누이를 쥰이 살짝 돌아보았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같은 사람 맞네."
 "뭐."
 "아니에요."


 그냥, 내 연인이랑 같은 사람 맞다구요. 뒷말은 얼굴 빨개질까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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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정신 없는 와중에, 너무나도 담담하게 등 뒤를 꽂는 목소리. 느릿한 어투가 더 날카로웠다. 누이는 어쩐지 다트판이 된 기분으로 천천히 돌아보았다.

"내 악보."
"아."

처음 보는 남자가 손가락을 들어 발밑을 가리킬 때까지 누이는 악보가 어쨌다는 건지 몰라 멍하니 서있었다. 기타 케이스를 메고 온통 검은색 옷만 입은 그 남자는 특별히 표정을 짓지 않은 뉘앙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황한 누이가 살짝 발을 떼면서 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잠시 언짢은 기색을 비추었다. 누이는 서둘러 악보 몇 장을 대충 주워 갈무리해 그에게 건넸다.

"미안해요."

제가 밟은 자국이 선명한 악보를 내미는 게 미안해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는 삐딱한 시선으로 악보를 바라보다 받아들었다. 낚아채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괜찮다 혹은 조심해라 따위의 예의 상 하는 말조차 없이 그는 볼 일 다 끝났다는 듯 돌아서 제 갈 길 다시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대한 기타 케이스로 가려진 그의 등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쩐지 짜증이 치밀었다. 아침부터 어수선하게 움직이는데 갑자기 파고들어 다트 하나를 툭 던지고 간 그가 얄밉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누이는 홧김에 생각 거치지 않고 한 마디 내뱉었다.

"근데 왜 반말?"

시비라고 받아들여도 좋을 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먼저 부를 때처럼 느릿하게 돌아서더니 귀찮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고등학생 아니야?"

다트 두 번째. 이번엔 등이 아니라 얼굴이 따가웠다.
그리곤 이번엔 누이가 뭐라고 반박할 새도 없이 홱 돌아 다시 갈 길 가는 것이다. 느긋한 발걸음은 그대로인데, 그는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제자리에 남은 건 짜증과 화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아직도 악보를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발이었다.

"...저 새끼가."

화에 겨워 겨우 한 마디 내뱉고 나니 이번엔 이사 업체 직원이 누이를 불러제꼈다. 누이는 여즉 뜨거운 얼굴을 식힐 새도 없이 등을 돌렸다. 그냥 오늘은 재수가 없으려니 치고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문득 잘못은 제가 먼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삿짐 상자가 섞여 난장판이 된 거실을 본 순간, 모든 생각은 싹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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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깃털인 이유 : 가볍게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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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할게요.


나는 사실 자신이 없어요. 아직도 제대로 끝을 못 냈거든. 그 사람 보면서 치가 떨리거든. 여름은 끝났을텐데 아직도 나는 열대야에서 혼자 녹고 있어요. 아무 것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끝이라고 되뇌었던 게 몇 번인데 번번이 끝나지 않았고 나는 끊임없이 토하기를 반복했어요. 지독한 열사병에 걸린 사람처럼. 그래서 차라리 이번 여름과 함께 내가 끝나버렸으면 했고 다음 여름이 오지 않길 빌다시피 했어요. 다시는 아이스크림 같은 거, 먹을 계절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아직도 열대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가, 무너진 내 세계에서 웅크리고만 있는 내가 당신 손을 잡아도 괜찮을까요? 난 두려워, 당신까지 무너뜨리게 되진 않을지. 언젠가 스치듯 깨달았던 것과 같이 당신은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고 난 당신에게 그만큼 좋은 사람일 자신이 없어. 난 너무 지쳤어요. 언제 다시 괜찮아질지 몰라. 사실은 괜찮아질 수 있는지 그것조차 몰라. 그래도 괜찮아요? 내가?


내 웃음이 야박했다면 미안하지만 내 무표정을 그렇게나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뿐이었어요. 말했듯이 나는 내 웃음 좋아하지 않아. 너무 물러 보여서, 결국은 날 피곤하게 만들거든. 칭찬도, 친절함도 날 피곤하게 해. 내 무표정도 좋아해줄 수 있어요? 나 아무 것도 꾸미지 않고 당신과 이야기해도 돼요? 앞으로도 계속?


나는 이제 비겁함을 감출 힘이 없어요. 당신 손이 잡고 싶어. 내 이름 불러주는 걸 듣고, 한번만 더 해달라고 하지 못해 문득 아쉬워하는 일이 이번이 마지막이면 좋겠어. 나 혼자 일어설 자신이 없으니 당신이 날 일으켜줬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이라고 느낄지도 몰라.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다만 부끄럼 없이 할 수 있는 말이 있어. 당신이 내 웃음이 예쁘다고 말해준 순간, 태양이 새로이 떴다고 생각했다고.


여름은 끝났어요. 하지만 나는 아직 끝나지 못했어요.
새로운 계절을 열어줄래요?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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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치하라 누이 (壹原 縫)
나이 2학년 A반, 18세
성별 여
부활동 궁도부

외관_

 키 172cm, 몸무게 54kg.
 햇빛을 받아도 까만, 가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더운 여름에는 오른쪽으로 넘기고 다닌다. 딱히 평소에 머리 모양을 특별히 관리하고 다니는 것 같지는 않은 수수한 모습. 숱 많은 머리 사이에 하얀 얼굴이 조금 묻힌 것처럼 보인다. 덥지 않아도, 흥분하지 않아도 항상 코와 광대뼈, 그리고 이어지는 뺨이 발그레하다. 조금만 웃어도 눈꼬리가 쉬이 접히고, 애교살이 도톰하게 올라온다. 그 아래로 반듯하게 이어지는 콧대와, 동그란 입술. 입꼬리는 약간만 올라가도 양끝이 벌어진다. 웃는 표정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물러 보이는 얼굴. 하지만 무의식적인 무표정일 때 보이는 삼백안과 조금 짙은 눈 아래 그림자가 묘하게 뚱해 보이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무른 몸매. 굴곡은 적고, 마르지 않은 체형. 키가 큰 만큼 손도 크고, 궁도를 하는 덕에 손끝이 단단하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 원래도 큰 키가 더 커보이기도 한다. 특별히 어딘가를 꾸미지는 않았지만, 본래 하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의외로 노력하는 편이다. 교복은 단정하지만 자신에게 꼭 맞게, 사복은 여유로운 핏이지만 조금 화려하게. 학교 밖에서는 교복을 거의 입지 않는다. 

성격_친절함, 계산적, 정적 

기타사항_

1. 부모님은 어릴 때 이혼하셨는데, 이때 부모 중 어느 쪽을 따를지 직접 선택하게 됐다. 이때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를 계산해 이해관계를 따지는 게 습관이 됐다. 현재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를 비롯한 외가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 아래에 살아왔지만, 주목받는 것에 일찍 지쳐버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시끄러운 것도 싫어한다. 누군가에게 먼저 관심을 주거나 잘 다가가지는 않지만, 다가오는 사람들을 막거나 내치지는 않고 친절하게 대한다. 여기에는 어릴 때부터 쌓여온 계산적인 생각도 깔려 있다. 하지만 마냥 가식으로 사람을 대하지는 않고, 어느 정도 잘 맞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대하기도 한다. 그 기준은 딱히 없고, 첫인상이 좋거나 어느 마음에 드는 행동 하나로 정해지기도 한다.

2. 조금만 웃어도 환하게 웃는 상이 된다. 보통은 살풋 웃고 있는 표정으로 지내지만, 사실 이 표정이 물러 보이는 탓에 좋아하지는 않는다. 편한 사람이 함께 있으면 무표정일 때가 많다. 소리 내어 웃으면 의의로 웃음소리가 크고 높지만 들을 일이 잘 없다. 또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하얗게 타고난 피부를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단정해 보이는 긴 머리를 관리하고, 너무 마르지도 통통하지도 않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화장은 하지 않지만 평소에 잡지 등을 통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알아보고 있다. 취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둡고 화려한 편인데, 사복은 좀 더 가볍게 입는 편이다. 

3. 궁도는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시작했다. 어머니는 내심 공부와 관련된 부활동을 하거나 학생회에 들길 바라는 눈치지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우연히 본 궁도부 훈련이 마음에 들어 입부했다. 실력은 평균. 애초에 운동 신경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럭저럭 적응했다. 실력 자체보다는 과녁에 집중하는 조용하고 정적인 순간이 좋아서 열심히 참여한다. 궁도 이외의 취미는 잡지 보기, 음악 듣기.  

4. 인간관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유지하기 위해 친절하게 대하고, 너무 눈에 띄지 않도록 조용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딱히 미움을 받거나 누군가와 싸운 적은 없다. 하지만 깊고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동아리 후배들에게 유독 친절한 편인데 별다른 이유는 없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5. 성적은 중상위권. 매우 우수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느 상황이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장래희망은 딱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성적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한다. 

6. 나름 힘들여 유지하고 있는 단정한 외관과 생활과는 다르게 일탈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래서 가방 안에 빈 담배갑 하나를 넣어 놓고 다닌다.

7. 1998년 12월 22일생. B형.


이상형_자신의 조용함을 이해해줄 수 있고, 역시나 조용한 사람. 믿음직하면 더 좋다. 

최근의 고민_어머니 때문에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 생겼다. 장래 희망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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