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다들 착하다고 해.“
이름ㅣ백 금
나이ㅣ18
성별ㅣ여
키 × 몸무게ㅣ167cm, 52kg.
눈을 뜨다ㅣ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흔들림은 곧 꺾임으로 이어지니까.
요동치지 않는다. 감정의 실을 모두 한 손에 쥐고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또렷한 눈빛만이 금이 나른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목소리는 먼지가 낀 유리처럼 매끈하면서도 불투명하다. 그 목소리로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다정하고 차분하다. 문장을 맺을 때마다 책갈피를 끼워두듯 짓는 미소는 희미하고 부드럽다. 사실 어느 하나 금의 것치고 또렷한 게 없지만, 이 미소만이 보는 사람을 그나마 부드럽게 한 번 휘저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금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주 미소짓는다. 때로 멀리서 보면 집요하다 느껴질 정도로. 금의 행동은 아주 제한적이다. 하라는 대로 하고, 부탁을 받아주고,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마치 미리 선을 그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누군가, 금아 너는 너무 착해, 라고 말하면 금은 한 번 웃어보이며 대답한다. 고마워요. 무엇이 고맙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금의 대화법은 지루하지만 평화롭다. 적어도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거나 기분 나쁘게 할 일은 없다. 때때로 사람들은 금과 대화하는 게 마음이 편해진다고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 평화로움에 묘하게 가려진 직선적인 경향을 지적받은 적은 드물었다. 금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처럼, 혹은 자신과는 상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대화는 어떤 방향으로도 격렬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 역시 그렇다. 어쩌면 격렬함이 없는 것에서 이미 금의 선은 그어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금은 구김이 없고, 악의도 없다. 단순히 격렬하지 않다는 것만으로 금을 나무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착하고 침착하고 조용한 아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본성인지 공들여 꾸민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과 아귀가 들어맞는 지루하고 평화롭고 소극적인 행동. 그게 전부다.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흐릿하다. 물론 그 흐릿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 보이지만.
특이사항 ㅣ
1. 환상적인 것, 영화나 소설 등 가상의 세계, 어릴 적의 추억 따위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무디고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지한 수준. 그런데도 영화 동아리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금은 '공부'라고 답했다.
2. 성적은 당연히 좋았다. 그러니 산명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막 입학했을 때에도 상위권에 가뿐히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딱 중간 정도의 성적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한다. 선생들도 부모도 걱정하지만, 금은 평소대로 하라는 대로 전부 하고 있으니 뭐라고 할 방도가 없어 내버려두고 있다.
3. 오른쪽 콧등과 왼쪽 뺨과 턱 아래에 각각 점이 세 개 있다. 가슴 아래까지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은 염색하지 않은 색 그대로, 햇볕 아래에서 짙은 고동색으로 보이는 거의 흑발이다. 입는 옷들은 의외로 제법 세련된 편. 너무 화려하지 않은 선에서 좋은 센스를 보여준다. 다만 색은 무채색에 가까운 편이고 장신구와 화장은 전혀 하지 않는다.
4. 이제 여섯 살이 된 남동생이 있다. 덕분에 집안 분위기는 시끌벅적한 편. 어머니는 전업주부,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덕분에 넘쳐나지는 않아도 부족한 것은 없다. 금이 어릴 때에는 너무 조용한 첫째 딸을 많이 걱정하던 부모도 이젠 익숙해졌다. 어머니는 어린 막내에 정신을 쏟느라 금에게 신경을 못 써주는 걸 미안해하고, 아버지 역시 직장 때문에 많은 신경은 못 쏟지만 제법 다정하게 딸을 대한다. 동생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집은 꽤 오랫동안 삭막했을지도 모른다.
5.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사탕은 전혀 먹지 않고, 간식도 거의 먹지 않는다. 애초에 먹는 것 자체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몇 번이고 식사를 생략하기도 한다.
6. 생일은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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